한 때 인적용역 사업소득자분들과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경정청구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지금은 강도가 조금 약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과거 2~3년 동안 이 경정청구 시장의 성장세에 편승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세금환급 플랫폼도 굉장히 많이 등장했다. 이 세금환급 플랫폼에 대해 국세청이 칼을 빼들었다는 내용의 최근 기사가 있어, 이 기사를 소개해드리면서 경정청구에 대한 저희 의견을 전달 드리고자 한다.
경정청구?
11월 14일자 택스워치에 “잠자는 사자 건드린 세금환급 플랫폼...국세청, 반격 카드는?”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나왔다. 기사 도입부에 한 세무공무원의 인터뷰가 나오는데, 세금환급과 관련이 없는 일반 국민들이 이 세금환급 플랫폼의 무차별적인 광고에 대한 민원을 쏟아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국세청의 대응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인스타그램, 유튜브 광고 등의 수단을 통해서 실제 환급대상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광고가 나가게 되고, 그 광고에 속아 본인의 개인정보를 플랫폼 업체에 제공한 사람들이 국세청에 불만을 제기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정청구를 통해 과거 납부한 법인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는 광고전화를 받아보신 분들이 분명 있으실 것이다. 이 경정청구 업체들은 홈택스나 4대보험 공단 홈페이지 등 국가전산망에 있는 정보를 스크랩핑 해오는 기술을 이용해서 각 회사들의 세금신고 정보를 모으고, 그렇게 모아진 정보를 2차 가공해 경정청구 이슈가 있어 보이는 업체들을 선별하여 무차별적으로 광고전화를 돌리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는 경정청구가 실제로 가능한 업체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판단까지 확인을 모두 마친 이후에 대상자가 추려지는 방식이 아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경정청구 대상이 아닌 케이스도 매우 많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런 경정청구 광고 전화를 받은 이후에 기존 세무사무실에 경정청구 가능성을 재차 확인해보고 그 진행여부를 결정하시는 경우였다면 괜찮은데, 기존사무실에 확인을 해보지 않은 채 경정청구 업체에 바로 업무를 의뢰하시는 경우도 매우 많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정 기신고 당시 작업을 수행했던 세무사무실에서 작업한 내용과 경정청구 업체에서 작업한 내용이 서로 크로스체킹이 안 된 상태에서 경정청구가 접수되는 케이스가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경정청구라는 제도가 그 자체로 납세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키지는 않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경정청구를 넣어보는 것도 여러모로 의미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제대로 검증이 안 된 채로 이뤄진 경정청구가 추후에 다시 부정환급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부정환급 문제는 왜 생기나?
경정청구가 가능하다고 해서 진행을 했고, 실제 환급까지 나왔는데 왜 나중에 부정환급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의아하실텐데, 경정청구라는 일련의 로직에 구멍이 있기 때문이다. 세무서로 경정청구가 접수되면, 원칙적으로는 담당 세무공무원이 경정청구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서 적정하다면 환급을 해주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건수가 접수되다 보니 현실적으로 담당 세무공무원이 이것들을 일일이 검토할 수 있는 여력이 안 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소액인 경우에는 그냥 환급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국세행정의 허점을 이용해서, 몇 몇 경정청구 업체들은 환급이 어려운 회사에 대해서도 경정청구를 밀어 넣고 부정환급을 받아 수수료를 챙기는 경우가 있었다는게 문제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오해는 금물이다. 모든 경정청구 업체가 이렇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 충분히 환급 가능성을 검토해 의뢰인에게 사전 안내를 드리고, 안전하게 경정청구 업무를 진행하시는 업체들이 훨씬 많다.
아무튼, 국세청에서도 이 부당환급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 납세자분들은 실제 환급이 나오게 되니, 경정청구 업체에 꽤 많은 수수료를 지급하게 된다.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부당환급에 대한 문제와 리스크는 고스란히 납세자가 떠안게 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물론, 적법하게 받을 수 있었던 공제감면 항목이 기존 신고에서 누락되어 세금을 과하게 낸 것이 명확하다면 경정청구라는 제도를 통해 납세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국세행정에서 겪게 되는 현실적인 한계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가 고착화 되어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의 여지가 필요해 보인다.
국세청도 부당환급과 과도한 수수료 등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세금 환급 플랫폼 12개 업체와의 간담회를 통해 개선 요구사항을 전달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고용증대 세액공제에 대한 사후관리’, ‘환급금 계산근거 요약화면 제공’, ‘관련 증빙서류 제출’, ‘미환급확인서 등 미존재 서류 요청 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이에 더해, 무분별한 경정청구에 대응하기 위해 ‘부당공제 점검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 또한 기사를 통해 전해왔다. 이 프로그램을 활용한다면, 그동안 세무공무원이 일일이 확인할 수밖에 없었던 부양가족 중복공제 여부나 고용증대 대상인원 검증 등의 작업들이 매우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국세청의 조치를 통해, 과거 무분별하게 이뤄진 경정청구와 부당환급의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 경정청구 시장의 과열과 다소 어긋난 방향설정 등으로 인해 국민의 세금이 또 이런 부분으로 쓰이게 된다는 게 세무업계에 종사하는 입장에서는 다소 씁쓸하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이 있다?
사실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경정청구의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종합소득세와 법인세는 각각 신고기한이 정해져 있다. 정기 신고 때 공제감면에 관한 사항을 충분히 검토해보고, 적용 가능한 항목들을 모두 반영해서 제대로 된 신고만 해준다면 경정청구의 가능성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수수료부담 및 부당환급의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대표님의 회사에 대한 법인세 납부액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어떤 공제감면 항목이 적용되었고, 그로 인해 얼마의 세금이 줄어들었는지 등에 대해 세무 대리인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것은 세무 대리를 의뢰한 대표님께서 마땅히 누리셔야 할 권리라고 생각한다. 만약, 지금까지 이러한 부분에 대해 납득할만한 보고를 받은 적이 없으시다면 앞으로는 대표님의 권리를 꼭 행사하시기 바란다.
한편, 세무대리인으로부터 만족할만한 보고를 받았다 하더라도 적용 가능한 공제감면 항목이 누락되는 케이스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이 경정청구 업체 또는 다른 방식을 통해서 사후적으로 발견이 된다면, 그에 따른 경정청구 업무는 최초 신고를 진행했던 세무대리인이 추가 수수료 없이 당연히 수행해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핵심은?
경정청구를 전문으로 하는 각종 플랫폼과 업체들의 광고에 현혹되어서 경정청구 업무를 맡기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려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경정청구라는 제도는 납세자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니 만큼, 권리구제가 필요한 납세자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저희가 걱정하는 것은 경정청구와 환급의 적정성에 대해 충분히 보고를 받으셨고 대표님께서도 제대로 인지하고 있으신지의 여부다. 그래서 한 번 더 검증해보시길 바란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