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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당기순이익은 12억 원입니다. 그런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8억 원이고, 전년도 말 15억 원이었던 현금은 2억 원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장부에서는 분명 돈을 벌었는데 회사 통장에서는 오히려 13억 원이 사라진 셈입니다. 


이런 일이 정말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실제로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매출도 늘었고 이익도 났는데 왜 회사에 돈이 없지?” 라는 상황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대표가 재무제표에서 이익만 확인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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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이 났는데 현금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이익과 현금은 같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제품을 판매해 1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제품을 거래처에 넘겼기 때문에 회계상 매출과 이익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래처가 대금을 3개월 뒤에 지급하기로 했다면 아직 회사 통장에는 돈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원재료비와 직원 급여 등은 이미 회사에서 지출됐을 수 있습니다.


재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재료를 구입하고 제품까지 만들었지만 판매되지 않고 창고에 쌓여 있다면 회사의 돈이 재고에 묶여 있는 상태입니다. 결국 손익계산서에는 이익이 발생하지만 회사에는 현금이 부족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심해지면 흑자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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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도산 전에는 숫자가 먼저 신호를 보냅니다


회사가 갑자기 하루아침에 위험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재무 숫자를 살펴보면 그 전에 여러 신호가 나타납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상황입니다.


* 당기순이익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계속 낮다.

* 매출보다 매출채권과 재고가 빠르게 증가한다.

* 단기차입금의 만기를 계속 연장한다.

* 급여나 세금 지급 시기를 미루기 시작한다.


특히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매출이 20% 증가했는데 매출채권이 50% 증가했다면 회사가 성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돈을 받지 못한 매출이 빠르게 쌓이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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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보다 '현금이 돌아오는 속도'를 봐야 합니다


대표가 알아두면 좋은 재무지표 중 하나가 현금전환주기, CCC(Cash Conversion Cycle)입니다. 쉽게 말하면 회사가 먼저 사용한 돈이 다시 회사 통장으로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기간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원재료와 제품을 평균 60일 보유하고, 제품을 판매한 뒤 대금을 받기까지 다시 60일이 걸린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반면 원재료를 구입한 대금은 30일 뒤에 지급합니다. 그렇다면 회사의 돈은 약 90일 동안 영업 과정에 묶여 있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매출을 더 많이 만드는 것만이 현금을 늘리는 방법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재고를 빨리 판매하고, 거래처에서 매출채권을 더 빨리 회수하고, 매입대금 지급 조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회사의 현금흐름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본의 사례처럼 매출 100억 원 규모의 회사가 현금전환주기를 30일 단축하면 약 8억 원의 추가 현금을 확보하는 효과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매출채권 관리가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거래처에서 아직 돈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회사가 부담해야 할 세금까지 기다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회계에서는 발생주의를 적용하기 때문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 매출이 발생하면 현금을 받지 않았더라도 매출과 이익이 먼저 인식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매출은 발생했는데 거래처가 대금을 장기간 지급하지 않으면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돈은 못 받았는데 해당 매출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수금이나 매출채권은 단순히 영업팀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표가 직접 관리해야 하는 재무 문제입니다. 거래처별 매출채권을 30일, 60일, 90일, 180일 이상 등으로 나누고 장기 연체 채권은 회수 가능성을 별도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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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가 90일 동안 해볼 수 있는 현금흐름 관리


현금흐름이 좋지 않다고 무조건 대출부터 늘리는 것은 해결책이 아닐 수 있습니다. 먼저 회사 내부에서 현금이 어디에 묶여 있는지 찾아야 합니다. 첫 번째는 현금 지도 만들기입니다. 회사에 어디에서 돈이 들어오고 어디로 나가는지 정리합니다. 두 번째는 미수금 관리입니다. 거래처별 미수금과 회수 예정일을 확인하고 누가 언제까지 회수할 것인지 담당자를 지정합니다. 세 번째는 장기 재고 정리입니다.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는 재고를 정상 판매, 할인 판매, 폐기 대상으로 구분합니다. 네 번째는 지급 일정 관리입니다. 매입대금과 대출 원리금, 세금 지급 일정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13주 현금흐름 예상표입니다. 지난달에 얼마를 벌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13주 동안 얼마가 들어오고 얼마가 나갈지를 예상하는 것입니다. 매주 20분이라도 이 숫자를 확인하면 현금 부족 상황을 훨씬 일찍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현금흐름과 재무지표 관리는 정책자금이나 금융기관 대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정책자금은 신청서를 제출하는 날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이전부터 회사의 재무상태와 대표자 신용, 세금 체납 여부 등을 함께 확인합니다. 따라서 자금이 필요한 순간에 갑자기 부채비율을 낮추거나 가지급금을 정리하려고 하면 늦을 수 있습니다. 적어도 6개월 전부터 부채비율, 이자보상비율, 대표자 신용점수, 가지급금, 세금 체납 여부, 기술평가 요건 등을 확인할 것을 제안합니다. 재무제표를 관리하는 것은 단순히 보기 좋은 숫자를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실제 회사의 자금조달 능력과 금융비용을 관리하는 일입니다.


세금도 같은 원리입니다. 회사가 투자나 채용을 모두 마친 뒤 세액공제를 찾는 것보다 실행 전에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연구개발이 많은 기업이라면 R&D 세액공제를, 설비투자가 많다면 통합투자세액공제를, 청년이나 여성, 경력단절자 등을 채용한다면 통합고용세액공제 적용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가업승계를 준비하고 있다면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와 가업상속공제 요건 역시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즉, 세금도 사후 대응보다 사전 설계가 중요합니다.


대표님들은 회사 매출을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출이 늘어난다고 반드시 회사가 건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매출이 증가하면서 매출채권과 재고가 더 빠르게 증가한다면 오히려 회사의 현금은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표라면 최소한 다음 세 가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첫째, 당기순이익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매출 증가와 함께 매출채권과 재고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앞으로 13주 동안 회사에 들어올 돈과 나갈 돈을 예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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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는 회계 담당자가 작성해서 보관하는 서류가 아닙니다. 대표가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를 알려주는 경영의 언어입니다. 숫자를 확인하는 대표는 문제가 발생한 뒤 보고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숫자를 이해하는 대표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 신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